1990년대 영화 <서편제>를 본 뒤, 나는 영화의 주 무대가 된 남쪽 외딴 섬, 청산도(靑山島)를 찾아갔다. 이 작품은 전통 판소리 예술을 근대화와 문화 상실의 물결 속에서도 지켜내려는 한 집착적인 소리꾼과, 그의 천재적인 딸 사이의 비극적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름 그대로 ‘푸른 산의 섬’인 청산도는 온통 초록빛에 잠겨 있었다. 풀과 나무가 온 땅을 덮고, 영화의 장면들이 촬영된 풀밭의 흙길을 따라 걸으며 나는 작품 속 세계가 다시 살아나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판소리의 장단이 내 발걸음 옆을 함께 걷는 듯했다. 그중에서도 해안을 따라 오르내리는 긴 산책로는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아래는 그때 내가 찍은 사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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