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 글 1 – 미국이나 영국 대학의 등록금은 왜 이렇게 비쌀까?

대학과 특목고에서 유학 담당 업무를 맡았을 때 자주 들은 질문이다.

예를 들어 뉴욕대 같은 사립대의 등록금은 2025년 현재 연간 6만5천 달러(약 9천2백만 원)이다. 기숙사, 식비, 교재, 건강보험, 각종 서비스까지 합치면 9만 달러(약 1억2천7백만 원)에 이른다. 여기에 방학마다 한국으로 오가는 항공료까지 더하면 연간 약 5백만 원이 추가된다. 반면, 한국에서 비싸다고 알려진 연세대의 1년 등록금은 약 800만 원(5천7백 달러)에 불과하다.

게다가 미국 대학의 학비는 해마다 오른다. 내가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당시만 해도 저렴한 주립대가 많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미시간대처럼 학문적으로 뛰어난 주립대의 등록금은 이미 사립대와 큰 차이가 없다. 조지아대학도 과거에는 ‘저렴한 학비와 우수한 학문 수준’이 강점이었으나, 지금은 외국인 등록금이 연간 3만5천 달러(약 5천만 원)에 달한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미국이나 영국, 호주에서 교육은 한국처럼 ‘모두가 평등하게 받아야 할 필수재’가 아니라, 좋은 자동차나 최신형 QLED 텔레비전을 사는 것처럼 사치품(luxury)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 대학 등록금도 지난 10년간 상승했지만, 미국과 비교하면 새발의 피다. 미국에서 교육은 본래부터 돈 있는 사람들의 몫이었다. 부유층은 보딩스쿨을 거쳐 비싼 대학으로 진학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경로이고, 이에 대해 미국 사회가 불평등 문제를 제기하지도 않는다. 실제로 대학 진학은 중산층과 그 이상의 가정에서나 고려하는 선택일 뿐, 한국처럼 가정의 재정 형편과 관계없이 무조건 대학에 가야 한다는 문화가 아니다.

그러나 미국 대학이 지닌 중요한 강점이 있다. 공부를 잘하지만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는 연방정부나 주정부의 보조금을 통해 기회를 제공한다. 이는 사립대와 주립대 모두에 해당한다. 특히 하버드 같은 부유한 사립대는 부모의 연 소득이 20만 달러(약 2억8천만 원) 이하라면 등록금을 전액 면제해 준다. 기숙사와 생활비는 work-study라는 교내 아르바이트를 통해 충당할 수 있다. 나 역시 학부 4년을 단 한 푼 내지 않고 다닐 수 있었다.

아쉽게도 이런 제도는 한국인 학생에게는 거의 적용되지 않는다. 일부 장학금이 있기는 하지만 극히 예외적이다. 외국인 학생은 미국 대학들에게 사실상 ‘수익원’일 뿐이다. 특히 매년 수만 명의 중국 부유층 자녀가 몰리기 때문에, 외국인을 위해 굳이 재정 지원을 해줄 이유가 없다. 예컨대 버클리의 경우 외국인 학생 정원은 연간 약 300명으로 제한되지만, 2024년 기준 외국인 지원자는 무려 2만 명에 달했다. 이미 돈을 내고 오겠다는 지원자가 수두룩한데, 굳이 외국인 학생을 위한 재정 지원 제도를 마련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대학원은 이야기가 다르다. 로스쿨이나 MBA 같은 전문 과정, 공대 석사 과정은 여전히 재정 지원이 드물지만, 박사 과정은 정반대다. 한국인 학생도 합격만 하면 등록금은 전액 면제되고, TA(강의 조교), RA(연구 조교), 펠로십(fellowship)을 통해 매달 생활비까지 받을 수 있다. 나의 경우 2000년대 초반 하버드에서 매달 3천 달러(약 430만 원)를 받았다. 워낙 재정이 넉넉한 대학이라 강의 조교 지급액이 높았다. 지금은 그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생활비가 저렴한 지역 대학(예: 아이오와대학)에 진학하더라도, 매달 약 2천 달러(약 280만 원)를 지원받을 수 있다.

이처럼 재정 지원이 폭넓게 제공되는 배경은 미국 연방정부와 각 주정부, 그리고 기업들이 해마다 막대한 연구비를 대학원에 투입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 방대한 연구야말로 미국이 세계 최강국으로 남을 수 있는 근본적 이유다. 해마다 노벨상 수상자의 60~70%가 미국 대학 교수이며, 조금이라도 알려진 연구대학은 전공을 막론하고 교수들의 연구 수준이 뛰어나다.

예컨대 버클리 화학과에는, 2025년 수상자 오마르 야기를 포함해, 노벨상 수상 교수가 네 명이다. 앞으로 수상 가능성이 높은 학자도 다섯~여섯 명에 이른다. 교수진 50명 모두가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다. 스탠퍼드, MIT, 하버드, 프린스턴, 칼텍 등의 우수한 연구대학들도 마찬가지다.

참고로, 트럼프가 연방정부의 연구비를 삭감하더라도, 주정부나 기업, 그리고 특히 부유한 동문들이 그 공백을 메울 것이다. 미국 대학의 과학 연구 체계는 그 무엇으로도 흔들 수 없을 만큼 굳건하고 활발하다. 수많은 기업들의 미래가 바로 그 연구들에 걸려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트럼프의 임기는 앞으로 3년 남았다. 그 뒤에 들어설 대통령이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심지어 공산당이든 간에, 연방정부의 연구비는 결국 다시 제자리를 찾게 될 것이다. 마치 이재명 대통령이 윤석열이 삭감했던 과학 연구 예산을 되살렸을 뿐 아니라 오히려 더 늘려놓은 것처럼.

자연과학만 뛰어난 것이 아니다. 인문사회과학 역시 마찬가지다. 하버드에는 동아시아 역사 교수만 34명(한국사 전공 5명), 동아시아 언어 교수/강사 43명이 있다. 역사학과 교수들은 엄청난 연구 성과를 내야 하고, 논문을 꾸준히 출간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미국 학계에서는 “publish or perish(출판하든지 아니면 사라지든지)”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런 치열한 환경 속에서 교수들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학문적 성과를 내고 있다.

정리하자면, 학비가 비싸더라도 길은 있다. 가정이 부유하다면 학부 유학도 가능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대학원 박사 과정을 목표로 삼으면 된다. 세계 최고의 교수들과 함께 연구하고 싶은 꿈이 있다면 도전해 볼 수 있다. 그 배움은 어디서든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헌신으로 이어지면 되고, 한국으로 돌아와 그 헌신을 이어간다면 더없이 값질 것이다.

앞으로 나는 미국 보딩스쿨, 학부, MBA, 로스쿨, 디자인스쿨, 필름스쿨, 그리고 영어 수업을 제공하는 저렴한 아시아와 유럽 대학들 같은 다양한 분야에 관한 글도 연재하겠지만, 특히 미국 대학원 박사 과정을 목표로 하는 젊은이들을 위한 글을 더 많이 집필할 계획이다. 관심 있는 분들은 자주 방문해 주고, 아울러 ALL ABOUT JAMP 방의 글도 읽어 주면 감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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