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전, 백악관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만나기 전에 트럼프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한국 정부가 (기독교인들을) 숙청하며 혁명을 도모하고 있다는 글을 썼다. 정상회담 직전, 한 나라의 대통령을 향해 이런 가짜 뉴스 글을 올렸으니 외교적 의전과 관례를 짓밟는 극단적인 결례였다.
나는 그 글을 보자마자 고개를 저었다. 이 회담도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남아공의 대통령 라마포사와의 회담처럼 우스꽝스럽게 끝나겠구나 싶었다. 트럼프는 라마포사와의 만남에서 남아공에서 백인 농부들이 학살되고 있다며 ‘백인 집단학살’을 운운했다. 가짜 동영상까지 틀었다. 라마포사는 경악했지만 “넌 바보에다가 인종차별주의자야”라고 차마 말할 수는 없었기에, 목소리에 분노가 묻어 나오는 걸 애써 감춘 채 외교적 답변을 내놓았다. “남아공은 범죄 문제를 겪고 있는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범죄의 피해자들은 대부분 흑인입니다.”
이 외교적 난장판이 내 머릿속을 스쳤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은 노련한 정치인답게 회담 내내 침착했다. 트럼프는 한 나라의 대통령을 거의 한 시간이나 기다리게 하며 또 한 번 결례를 저질렀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차분히 설명해 주었다. 국회가 꾸린 특검이 윤석열 내란 사건을 수사하고 있으며 정부는 개입하지 않고 있다고.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따라 윤석열의 내란을 지원했을 가능성이 있는 인물들을 압수수색했을 뿐이며, 그 과정에 교회나 다른 종교 관련 인사들이 일부 포함되어 있었을 뿐이었다. 정부가 주도한 것이 아니라는 점도 명확히 했다. 다행히 트럼프는 오해였음을 인정했고, 그 뒤로 거의 세 시간 이어진 회담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하지만 그 세 시간 동안 이재명 대통령은 트럼프의 무례와 우매함을 다 삼키고 그를 칭찬하고 달래야만 했다. “평화 중재자,” “협상가,” “유능한 지도자” 같은 말들을 입에 올리며 그를 치켜세워야 했다. 속으로는 얼마나 하기 싫었을까… 그러나 국민을 위해 참아낸 것이다. 한국의 미래가 걸린 중요한 회담이었으니까. 관세와 수출은,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인 한국에게 너무나, 절박하게 중요한 문제이다. 특히 내가 자란 미국은 세계 최강국이고 한국 제품의 최대 수입국이기에 더욱더 그렇다.
이번 주, 이재명 대통령은 트럼프와 한국 경주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에서 다시 만났다. 이번에는 트럼프의 회담 전 돌발 행동 없이, 회의는 시작부터 끝까지 원만하게 진행되었다. 또한 이번 정상회담은 한국과 미국 양국에 실질적인 성과를 안겨주었다. 두 정상은 무역, 투자, 방위 정책 등 여러 분야에 걸친 포괄적 합의에 동의했다.

이번 합의의 핵심은 경제 협력이였다. 한국은 앞으로 10년 동안 약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 중 약 2,000억 달러는 연간 200억 달러를 넘지 않는 선에서 직접 자본 투자 형태로 분할 집행될 예정이다. 나머지 1,500억 달러는 트럼프가 재건을 공언해온 미국 조선 산업에 투자된다. 이에 대한 상응 조치로, 미국은 한국의 주요 수출품에 부과되는 관세를 완화하기로 동의했다. 자동차 관세는 약 15% 수준으로 인하되며, 제약품, 목재, 항공기 부품, 일부 원자재 등에도 추가 관세 혜택이 적용된다. 결과적으로 이번 협정은 양국 정상 모두의 국내 현안 해결을 동시에 충족시킨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한국의 경제적 영향력 확대라는 성과를 얻었고, 트럼프에게는 외국 자본 유입과 자국 산업 부흥이라는 가시적인 정치적 이점을 제공했다.
경제에 못지않게 눈여겨볼 만한 점은 방위 분야에서의 합의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핵무기를 탑재하지 않은, 오직 핵 추진만을 위한 잠수함 개발에 대한 허가를 과감하게 요청했다. 그 다음 날, 트럼프는 미국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개발을 공식적으로 허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미국이 그동안 민감한 추진 기술 공유에 신중했다는 점에서 중대한 정책 변화를 시사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그러한 잠수함에 필요한 특수 연료의 확보를 위한 미국의 협조와, 국제적 안전조치 하에서의 연료 재처리 및 우라늄 농축에 관한 협의 진전도 요청했다. 양국 정상은 이번 조치를 북한의 무기 고도화와 중국의 해양 팽창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억제 전략의 발전으로 규정했다.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는 이재명 대통령의 능숙한 외교 역량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일본과 달리 그는 미국의 요구에 단호하게 대응하여 국익에 부합하는 협상 결과를 이끌어냈다. 요동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이처럼 유능하고 실용적이며 결단력 있는 지도자를 둔 한국은 참으로 큰 행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