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팬들에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대표팀이 누구인가 물어보면 아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떠올릴 것이다. 메이저리그 베이스볼은 뉴욕 양키스. 대학 미식축구는? 노터데임(Notre Dame)이다. 앨라배마대가 챔피언십 우승을 더 많이 했고 오하이오주립대가 더 많은 승수를 쌓았지만, 지역 연고나 동문 중심의 응원이 일반적인 이 종목에서 전국 모든 지역에 팬을 거느린 대학 팀은 노터데임이 유일하다. 이 학교는 홈경기를 전국 방송국이 따로 중계하는 유일한 곳이기도 하며, TV에 나오면 언제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다. 학문적으로도 아이비리그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이 유서 깊은 학교의 풋볼팀 사령탑은 마커스 프리먼이다. 그는 서른아홉의 젊은 헤드코치(감독)로, 부임 3년 차인 2025년 1월 팀을 챔피언십 경기까지 이끌었다.
프리먼은 한국계 혼혈이기도 하다. 대구 출신의 어머니는 주한 미 공군 장교였던 아버지를 한국에서 만나 결혼했고, 1986년 미국으로 이주한 뒤 곧 프리먼이 태어났다. 그는 예의와 헌신을 가르쳐 준 어머니의 영향을 가장 큰 자산으로 꼽는다. 그의 어머니는 여러 일(청소부 등등)을 병행하면서도 매일 저녁 가족에게는 미국식 식사를, 자신을 위해서는 따로 한국 음식을 차렸다. 프리먼은 인터뷰에서 어머니가 혼자 식사를 할 때면 가끔 옆에 앉아 함께 몇 가지 한국 음식을 나눠 먹었다고 말했다.
프리먼은 자신이 한국계 혼혈임을 공개적으로 밝힌다. 기자들이 그를 젊은 흑인 헤드코치의 성공 사례로만 이야기할 때마다 자신은 한국인의 피도 흐른다고 상기시킨다. 그는 한국을 위한 백악관 국빈 만찬에 어머니를 모시고 참석한 일을 가장 자랑스러운 순간 가운데 하나로 꼽는다. 태권도를 배웠고 한식을 좋아하며, 자신의 아이들 역시 밥과 김을 늘 즐겨 먹는다고 말한다.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그의 성실과 겸손의 유산은 공군 출신 아버지에게서 배운 규율과 맞물려, 대중 앞에서는 늘 공손하고 준비 과정에서는 한 치도 타협하지 않는 리더를 만들었다. 그는 자랄 때 한국인·흑인 혼혈인 하인스 워드(슈퍼볼 XL의 MVP)에게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워드가 해냈다면 자신도 할 수 있다고 믿었다.
오하이오주의 고교 시절부터 노력과 실력으로 두각을 나타냈고, 오하이오주립대에서는 끈기와 지능을 겸비한 라인배커로 컨퍼런스 올스타 팀에 선정됐다. NFL(미식축구 프로리그)에 지명됐지만 심장 비대 증세가 발견되면서 1년 만에 선수 생활을 접어야 했다.
이후 곧바로 지도자의 길을 택해 젊은 선수들을 가르치며 라인배커 코치와 수비 코디네이터를 거쳐 빠르게 성장했다. 2021년 노터데임은 서른다섯의 그를 부코치에서 헤드코치로 승진시켰다. 그의 성실함과 겸손함이 장기적으로 리크루팅과 팀 문화 구축을 이끌 것이라 믿었다. 선수들 역시 그가 헤드코치가 되는 것을 원했다. 그는 세 시즌 동안 33승으로 그 신뢰에 보답했다.
2025년 11월 초 현재, 그의 네 번째 시즌 역시 성공적이다. 노터데임은 전국 랭킹 10위에 올라 있으며, 12팀(총 136개 팀)이 겨루는 플레이오프에도 올해 다시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그가 지휘봉을 잡고 있는 한, 노트르담의 행보는 언제나 밝을 것이다.
마커스 프리먼에게 성공의 뿌리는 어머니가 전해 준 한국적 미덕, 곧 예의와 끈기, 근면, 타인에 대한 배려에 있다.


